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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마음詩처방'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의 가슴 속에 돌무덤을 쌓습니다.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세상 누구도 그걸 미리 알 수는 없지요.

그러니 주홍글씨처럼 자기처벌을 

되풀이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누구보다 말 못하는 상처가 많고 그래서 누구보다  

다독임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상황 속의 당신입니다.  

그때 받아야 할 것은 자기 처벌이 아니라 위로에요. 











     "세상은 조용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 고형렬<화살> 


그 섬뜩함과 막막함이 어떤 건지 아마.. 알거야.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부러지지도 않고 명치끝을 파고 드는 그 맹독 같은 화살들.











   "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 서종택<풀>



울컥!










  "세상에 나올 때 나는 울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나를 때렸다고 한다"


                                - 신기섭<울지 않으면 죽는다>



제목이 참 안정적이야. 

어디 태어날 때만 그러려구. 

울어야 할 순간에 울지 못하면 

결국 예외없이 다 무너지던 걸.













   "다람쥐에게 슬쩍 등

     내밀어 주는 일

   너구리에게 사글세도 없이

     굴을 내주는 일

   딱따구리를 불러들여

   구멍을 빌려주는 일

   

   해와 달과 별에게

    ……그래그래

   또, 나의 가장 뜨거운

   눈을 맞추어 보는"


                     - 양문규<행복한 사진>


다람쥐, 너구리, 딱따구리에게 고요한 나뭇등걸 속이 필요하듯

사람에겐 그런 게 더 필요해. 잘 몰라서 그렇지.












  "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


                     - 이성복<바다> 



가만히 함께 있어 주기만 해도 훌훌 털어버릴 때가 있지. 

수직폭포 같은 서러움조차도.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사람을 기다려 주는 일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다음에 또 기다려 주는 일"


                     - 서정홍<기다리는 시간> 



이런 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스펙이야. 

더 뭐가 필요하겠어. 

자기 자신에게도 꼭 그럴 수 있어야 해. 

그래야 불필요한 ‘잘못 죄의식’ 안 갖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