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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마음詩처방'

그댄,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예요

사람은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서로 기대어 삽니다.
누군가의 음덕으로 삽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어 있는 삶이란 걸
깨닫는 순간,
나 또한 누군가의 벽이 되는 존재라는 걸
아는 순간,
내가 나라를 세 개쯤 구한 전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머리 같은 사족^^)범사에 감사하는 일,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음덕의 폭죽 속에서도 자기를 인정하고 보듬는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하지 말입니다.











     "오랫동안 배꼽의 용도를 몰랐다

                    (.....)

     배꼽으로 탯줄의 흔적만 남은 후

혼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여기고 살아온 세월

        어머니 하늘나라 가시고

     배꼽은 은혜와 회한의 증거이다"


                             - 권택명<배꼽>


가만히 내 배꼽 내려다 봤지.
너무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
제대로는 어쩜 처음일지도.










   "그대 지친 머리 기대어 올 때

   솜털 같은 자작나무 맥박 뛰는 소리 들리고

      온몸이 날개인 나비 한 마리

     무장무장 세월을 건너는 소리"


                                   - 이홍섭<진부령>



어휴. 읽을 때마다 '詩구나!' 싶어.
한 톨 한 톨 살아 있는 현미밥처럼.












  "뒤꼍을 내려오려고 뒤돌아보는데 나무 밑동에

   누군가 단정히 기대어 놓고 간 시든 꽃다발

   우리는 수목장한 그늘에 앉아 있었던 거지요

    먼 후일 우리도 이곳에 와 나무가 되어요"


                                - 공광규<수종사 뒤꼍에서>



나무, 좋지요. 

곧 식목일이기도 하니. 













     "밥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꼼짝 못하고 끙끙 앓고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여태

        살아왔다는 것을"


                     - 서정홍<밥 한 숟가락>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사는
목숨이라는 걸 아는 순간,
삶에 대해 얼마나 착해 지게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은 무릎뿐이었어요


무릎을 껴안고 쪼그려 앉길 즐기는 아이

"


                     - 김중일<잘 지내고 있어요>  



잘 몰라서 그렇지,
그런 사람 얼마나 많게.
끌어안을 수 있는 게 자기 무릎뿐이면
얼마나 마음이 싸~하겠어.
마음은 그런 때 포개는거야.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기에


          때론 다툼도 있고

        용서도 있을 거예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정현종<비스듬히>



이런 절창(絶唱)이라니!!













     "불빛에 기대고 싶어지는 날, 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다.

                (.....) 

저녁이 산을 가만히 지우는 동안 나는 아무 소리없이 밥을 먹었다"


                     - 이승희<시절, 불빛>



그렇게 어디 기대고 싶은 날 있지.
오늘 저녁도 혼자 밥 먹으며
그러고 있을 이들에게 두손모아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