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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마음詩처방'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아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영역이 있다면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고 다독이는 일일 거예요. 

그런다고 왕 싸가지거나 공주왕자병 환자 되지 않던걸요.  

‘나’를 인정하는 영역에선 절대 빈곤이 더 문제예요, 늘.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동에게 비만이 걱정이라며

식사 조절 시키면 다들 어이없지 않겠어요. 

내게 ‘무조건’이 아니면 누구에게요?


‘나’를 더 마음껏, 

고무하고 지지하고 선동하고 찬양하시길요.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아요.  

아직도 고무.찬양죄가 시퍼런 국보법도 그런 거는 못 잡아가요.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 보누나"


                                          -고은<별똥>



외딴 밤길 홀로 갈 때는 강아지만 동반해도 든든하다잖아. 

살다보면, 누가 나를 알아주는 순간들이 있어. 

특히 내가 나를 알아 보는 그 순간의 안도와 희열이란. 

어쨌거나 단 한 줄로 다 말했네 뭐. 

원샷 원킬의 詩스나이퍼, 고.은.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 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음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송재학<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누가 내 손 잡거나 눈길 보내줄 때 대부분 갯버들처럼이면 참, 좋겠어.











 "왼쪽으로 기운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나의 생이야

   기운 것이 아니라 내 생이 왼쪽을 딛고 가는 거야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야

          기울지 않으면 중심도 없어"


                                      -이원<영웅>



그럼그럼.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고 말구.

그런 정도를 안다면 누구라도 영웅 칭호 받을 만 해.










  "어렸을 때 명아주 밭에 들어간 적이 있다

   보드라웠던 듯도 하고 까실했던 듯도 하다

   무뚝뚝했던 듯도 하고 나른했던 듯도 하다

                           (…)

                 아무튼 나지막이

                 명아주 밭이었다"


                               -황인숙<명아주> 



어렸을 때 명아주 밭처럼 보드랍고 강건하게 나를 감싸주고 

알아주는 사람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게 무어고 무서울 게 뭐야. 










   "옷아, 너도 힘드니까 쉬어라

                ()


    구두야, 너도 애썼다

   네가 찍은 무수한 발자국으로

      오늘을 이루었다"


                             -박주택<하루> 



옷이나 구두가 그런 정도이니 ‘나’란 존재는 어떻겠어. 

가장 먼저 안부를 물어야 할 사람은 나이고 말구.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나태주<눈부신 세상>



나를 잘 지지하고 고무.선동.찬양 하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고도 남을 만큼의 

스케일과 배포가 생기드라구. 경험해 보니. 

영차! 세상의 모든 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