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10리 되는 바위가 있어요. 거기에 천년에 한번씩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대요. 그때 내려온 천사의 옷자락에 바위가 닳아서
모두 없어지기까지의 시간.
그걸 불교에선 1겁(劫)이라고 한다지요.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해!
그렇게 개콘의 한 개그맨을 흉내 내다가도
‘옷깃 한 번 스치는 것도 전생에서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웃지를 못하겠어요.
1천겁에 한 나라에 태어나고, 2천겁은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고
5천겁엔 한 동네에 태어난다지요.
그렇다면 생각만 해도 겁(劫)나게 좋은 그 사람과는
전생에 몇 천겁의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짜장면집 한 켠에서 짬뽕을 먹는 남녀
해물 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주며
웃는다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한 젓가락 넣어주었다
면을 훔쳐올리는 솜씨가 닮았다"
-최영철<인연>
그런 게 인연이라네. 끄덕끄덕.
세상에 다시 없을 소중한 인연인 반쪽을 만나면
투정부리지 말라며 시인이 귀띔해 줬어.
"당신이 잃어버린 반이 찾아온 거니까
시간을 주세요.
오랜 시간을 돌아오느라 지쳐서
적응이 더딘 거니까"
-김혜은<사랑의 시>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진작 말씀해 주시지.
그렇게 해야지요, 그럼.
"1000일이라니요!
1000일
이게 말이 됩니까"
-표성배<1000일>
제목만 보고 당연히 연인들의 달콤하고 긴 인연 떠올렸지.
근데, 스스로 목숨을 깃대에 매달아 놓고 1000일 넘게
복귀투쟁하는 노동자들 얘기래. 무슨 말을 못하겠어, 나는.
내 삶에 꽃 같은 사람을 만나 그 인연을 길게 가져 가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라며 시인이 달게 충고했지.
"너무 느슨하지 않게
너무 조이지도 말게
새 한 마리 손 안에 쥐었다 하자"
-김수정<꽃다발 묶는 것처럼>
에휴, 그렇게 죽인 인연의 새가 얼마나 많게.
"강아지 같은 나를 키워준 손들이 모였구나
(…)
마침내 마당 한쪽에서 배추며 부추 부침개를 부치고
홍두깨로 민 국수를 삶고
감자송편을 찌고
시래기국을 끓이는 잔치가 벌어지는구나"
-맹문재<벚꽃에 들어앉다>
그런 손들 틈에 섞여서 그런 잔치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인연 가질 수 있다면 십 만겁이라도 기다릴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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