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짝지와,
곰처럼 서로 부비며 잠을 청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며 내 시작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시작은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편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계사년(癸巳年), 새해라고 예외일 순 없지요^^
“내가 채송화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생각 나!
그런 집 얼마나 많았는지. 아유.
"함박눈 바다 한가운데 태왁 하나 떠 있었네
이런 날 이 날씨에 어쩌자고 물에 드셨나
아들 등록금을 못 채우신 가슴인가"
-강문신<함박눈 태왁>
새해 첫 날의 서귀포 앞바다를 전하는 시인의 눈을 따르다가
'어쩌자고...' 대목에서 눈이 매워 혼났어.
먹이 사슬 꼭대기에 살았던 공룡이 죽은 이유는 먹을 줄만 알고
먹힐 줄을 몰랐기 때문이라지. 그 말을 전하며 시인이 덧붙이더군.
"산다는 것은 주고받는 것입니다
주기만 하면 신적인 존재고 받기만 하면 암적인 존재입니다"
-권석창<어느 신부님의 강론>
맞아.
지금처럼 출발선상에 있을 때는 이런 얘기가 족집게 과외처럼 더 쏙쏙 들어와.
작년에 피었던 소국(小菊) 앞에서 시인이 물었다지.
"너, 나를 알아보겠니?
나는 네가 십 년 만에 피어나도 대번에 알아볼 텐데"
-김종미<대면>
그냥 물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마음이 짠한지 몰라.
넌, 올해도 내년에도 나를 몰라보지 않을 거야, 그렇지?
"폭풍이 올 거라는 건, 그냥 예보예요
표지와 본문 사이에 낀 간지 같은 거예요
눈앞에 다가올 일을 아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건 그냥 예보예요"
-강은진<일기예보>
그럼요. 오로지 예보에 짓눌리고 휘둘리는 사람 보면 얼마나 딱하게요.
앞날이 궁금해요?
궁금하면... 그냥 내가 저벅저벅 걸어가면 돼요.
간단한 걸 뭘 미리 땡겨서 오백 원까지 지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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