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하늘이 가장 황홀하던가 물으면 멈칫할 수밖에요.
어느 때 아기가 가장 이쁘던가 물으면 난감할 수밖에요.
어느 때고 좋지 않은 때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나와 어깨를 겯고 가는 세월에게
어느 때 나이가 가장 좋았느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이라고 답할 수밖에요.
어느 때고 좋지 않은 때가 없으니까요.
나이가 본래 그런 거니까요.
“나는 벌거벗고도 단추 채우는 방법을 알아요
숫자는 몰라도 시계는 스무개가 넘어요
일요일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탔어요"
-강성은<스물>
이런 삶 좋지? 스물 즈음엔 누구나 그렇게 좋았단 뜻이겠지.
지금 스물인 사람만 모르지, 누구나 그 나이엔 그랬을 거야.
"놀고 들어온 아이가 양말을 벗으며 말했다
아빠가 불쌍해요
왜 갑자기?
아빠는 죽어가고 있잖아요
대체 무슨 소리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죽는다는데
아빤 우리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요"
-나희덕<황사 속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나이도 묽어진다"
-백무산<내가 계절이다>
나이가 먹으면서 머리가 희어지는 이유가 그거였구나.
나는 이제 먼지 속에도 능히 숨을 수 있겠어.ㅎ
"내 나이 예순에는
일흔이라는 이를 만나면
이제 죽을 일만 남은 노인이라고
어른 대접을 해주었는데
내 나이 여든이 된 요즈막
일흔이라는 이를 보면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같아"
-조오현<노망기>
몇살이든 '우리 때는...' 프레임에 빠지면 그게 노망이지 뭐.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예순이 되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박우현<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렇고 말구.
절정이 아닌 나이가 어디 있어.
난 예외인 줄 알고 자기 나이에 눈 흘기면
크게 실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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