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미혼모면 어떻고, 직업을 바꾸면 어떻고, 번번이 지는 싸움하면 어때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해 줘야 마땅하죠.
그런 응원자 있어야 사람은 살 수 있어요.
당연히, 나의 첫 번째 가장 큰 응원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 여야지요.
"그런 날이 있다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가는 여자가
차창에 떠 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 박형준<투명한 울음>
마치 내가 차창의 그녀 얼굴을 본 것처럼 아린 느낌.
누구나 한번쯤 그런 경험 있을 거야.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백 미터 늦게 달리기 시합에 느티나무가 출전했다지.
그 자태가 이러할 거래.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 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 이원규<속도>
늘 늦어서 고민하는 내게 그녀가 어느 해 생일 선물로 준 詩.
진짜 생일 기분 나드라니까.
폐병 걸린 사내를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여인이 있었나 봐.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
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 허수경<폐병쟁이 내 사내>
괜히 내가 다 좋드라구.
그 정도 후원이면 뭘 못 하겠어.
일어 섰을거야, 사내는.
"달리는 기차로 별 떼를 옮겨 보았니
잘했다
열리지 않는 대문 앞에서 별을 울었어
잘했다
별 볼 시간도 없이 숨 사이 사이 살았지
잘했다"- 함민복<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함민복이 다 잘했대.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그럼 됐지 뭐.
"나는 어제 산책을 나갔다가 흙 길 위에
누군가 잔가지로 써놓은 ‘나’라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그 누군가는 그 말을 쓸 때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
나는 문득 그 말을 보호해 주고 싶어서
자갈들을 주워 주위에 빙 둘러 놓았습니다"- 심보선<‘나’라는 말>
울컥.
그러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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