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의 육신이 타는 화장장 굴뚝 연기를 보면서
‘저 연기 잡아라’ 외치다 쓰러진 늙은 딸이 있었다지요.
그리움의 천길 낭떠러지가 있다면... 그랬을 거예요.
언제고 누구에게고, 엄마가 필요하지요.
"언젠가 수백 명의 어머니들이 광장에서
아들의 유해를 기다리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
제발 나를 혼자 두고 가지 마
나는 엄마야"
- 김혜순<검은 브래지어>
아아, 나는 엄마야..라니.
사무쳐서, 무릎이 꺾이는 느낌.
"끓는 물 속에 던져진 게가 있다
땡볕 속에 일생을 보낸 어머니가 있다"
-길상호<식욕>
첫 문장이 딱 그런 거라.
가슴 속에 허연 서리가 내릴 수밖에.
아유, 참.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김선우<봄날 오후>
늙은 엄마에 대한 장성한 딸의 이 깊은 애정이라니.
나도, 지금 엄마가 계신다면 꼭 그런 맘이고 싶어.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정채봉<엄마>
두 살 되던 해, 미처 말도 배우기 전에 엄마가 돌아 가셔서
한번도 ‘엄마’란 소리를 못해 봤다는 중년 사내가 운주사에 가서
신을 벗고, 양말도 벗고 가만히 누워 생전 처음 이 단어를 불러 보았다지.
그리운 시인, 정.채.봉.
"어린 그가 눈에 티끌이 들어가 쓰라려 했을 적에
어머니는 혀끝으로 핥아 빼주었다
그날부터 눈알이 밝아져
그는 어머니가 하려던 일을 먼저 볼 수 있었다"-하종오<혀의 가족사>
그래서 엄마가 필요한 거잖아.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한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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