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요.
매운 바람으로 티내고,
적막한 그리움으로 밤을 길게 하는데.
오래전 내가 깊은 눈 속에 파묻어 두었던
청동거울 하나 마주하게 되는 시간.
12월 그리고 겨울입니다.
어떤 문장은 읽을 때마다 마음이 착 가라앉곤 해.
가령,
“게장국에 코를 박으면
강구항에 눈이 설친다
게발을 때릴수록 밤이 깊고
12월의 막소금 같은 눈발이
포장마차의 국솥에서도 간을 친다"
-송수권<겨울 강구항>
겨울 강구항 같은 시간들, 그리워라.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를 혹시 아시는지?
"따뜻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른 사람의 난로가 되어 되어준 사람인가를 시험하려는
하느님의 오래고 오랜 계획"
-공광규<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
그렇구나. 처음 알았어.
월동준비 쎄게 해야겠네, 이번 겨울엔.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문정희<한계령을 위한 연가>
이윽고 날이 어두워져 그 눈부신 고립이 공포로 변해도,
구조 헬기에 결코 손 흔들지 않겠다는 사랑의 결기에 눈물겨웠지.
그렇게 못 잊을 사람이라니..
하필 겨울에.
"한겨울에 짚으로 군불을 땐 적이 있었다
온돌이 식을 새벽 무렵
짚단에 통째로 불을 붙여 아궁이 깊이 넣으면
짚불은 긴 시간 속불이 탔다
쇳물처럼 선홍빛으로
짚은 꽃불이었다
짚은 따뜻한 온돌의 가슴이었다"
-박찬선<짚7>
난 짚이 될까, 온돌이 될까.
하정임 시인의 첫 문장 읽는데 불현듯 설레며, 겨울이 실감나는 거라.
"겨울이 깊어가니 눈이 내렸고, 밤이 깊어가니 애인이 찾아왔고,
사랑이 깊어가니 이마가 따가웠다"
-하정임 <겨울의 이마>
더 뭘 바래.
깊어지라, 겨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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