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끙끙 앓고 눈을 떴는데 누가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있던 느낌, 그거요!
혼자 다 껴안을 수 없으니까 위로가 있는 거잖아요.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을 달래준다는 데
‘위로’하지 못할 이유가 뭐예요.
남이나 나나.
“한밤중
열 달 된 젖먹이가 운다
엄마의 마른 젖을 물고서
서럽게
아내도 운다"
-박성한<위로>
이런 게 위로, 맞긴 해요.
지금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영차 젖^^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병원으로 실려오는 자살기도자처럼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
밤낮없이 꽃등을 내단 봄 나무에게도
위로는 필요하다
눈물과 콧물과 침을 섞으면서 오열할 구석이
엎드린 등을 쓸어줄 어둠이 필요하다"
-이현승<연루>
나무에게도 위로가 필요하고 말구.
이제 알겠어. 손이 두 개인 이유를.
그거면 충분해.
김규동 시인의 첫 문장을 읽는데 그렇게 위로가 되는 거라.
"등불이 언제까지나 희미한 적 없어요
나도 당신과 같은 고통의 길 걸어왔지요"
-김규동<인사>
살아 생전 늘 꼿꼿했던 시인, 김.규.동.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천양희<2월은 홀로 걷는 달>
무턱대고 위로하자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잖아.
홀로 걷다 보면 알게 되는 일.
"앓는 병 나으라고
그집 가서 마당에 솥을 걸고 불만 때다 왔다
오고 온 병에 대해 물어 무엇하리,
(.....)
마른 씨앗처럼 누운 사람에게
바늘 같은 새살은 돋으라고
한 계절을 꾸어다 불만 때다 왔다"
-문태준<불만 때다 왔다>
그런 쓰리쿠션의 위로가 고마울 때 있어.
그런 위로가 마른 꽃대에 물 오르듯
마음에 깊이 스며들 때 있어.
그런 위로가 절실한 날들이여.
그대와 나,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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