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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그 춤

 

이성재 주연의 <바람의 전설>이란 영화를 보면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초라한 노인이 벌떡 일어나
젊은 여자와 함께 격렬한 자이브를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우아하고 세련된 몸동작이라니……

<폴리와 함께>라는 외국 영화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살사’를 추면서
다른 남자와 섹시하게 몸을 맞대는 장면을 힘겨워하는 소심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결국 그 남자도 여자 몰래 살사를 배워 어느 날 관능적인 춤을 함께 합니다.

어떤 이는 살사라는 춤을 고단한 연애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 아주 쿨한 대용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건 5분간의 짧은 연애예요.
두 사람이 춤을 추는 동안 온 몸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받죠.
그런데 한 곡이 끝나는 순간 모든 감정을 제로화하는 거예요.
아주 쿨하잖아요.”

몇 년 전 전문 살사댄스 팀의 춤추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저는 그 춤이 그렇게 배우고 싶더라구요.
말이 아니라 몸으로 감정 표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살사의 원시성이 저를 강하게 자극했을 것이라고,
나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설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세련미’입니다.
안무가 한익평 선생은 춤에는 기교 이전에 세련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는 3분까지 들어줄 수 있어도
‘못 추는 춤’은 10초도 견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살씩 더 먹을수록^^ 그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듯합니다.
세련된 춤처럼 제 삶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혜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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