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더니
잠시 생각한 끝에 “다섯 살 때 집 앞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혼자 걸을 때”라고 말하더군요.
지난 일을 말하면서도 아이는 그때의 패닉한 느낌을 재차 경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아이에겐 그저 길이 있는 곳을 향해서 앞으로 걷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겠지요.
가기는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마음에도 막연하게나마 알면서 걷는 걸음은, 불안과 공포와 그리움의 혼합 덩어리였을 겁니다.
어두운 밤길을 가던 도중에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에게
“방금 전에 당신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빨리 쫓아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해주는 풍습을 가진 시골 마을이 있다지요.
그런 검박한 풍습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렇게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위로를 받으면서 살고 싶은 우리의 속마음 때문이 아닐는지요.
우린 어차피 진행을 멈출 수 없는 삶의 도상에서 서로를 만나고 있는 중이니까요.
혜신+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