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린다는 의미의 대설, 올해는 12월7일이 대설입니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그해 겨울이 춥지 않다고 하지요.
연인들을 설레게 하고 손가락 걸게 하는 서설(瑞雪)이라도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있는 젊은 군인에게는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최승호「대설주의보」중)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테지요^^
이맘때면 농가에서는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듯한 시골집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절기, 대설입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느껴지는 대설 즈음이면
예전엔 메주 띄우는 게 김장처럼 집안의 큰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뉴스의 자료화면이나 책에서만 등장하는 얘기처럼 느껴지지만요.
발효와 저장을 기본으로 하는 ‘콩의 과학’은 섬세합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삶은 콩을 소쿠리에 옮겨 담아
절구에 찧어 네모지게 만들고,
며칠 동안 방에 두며 말려 곰팡이를 띄워서
짚으로 열십자 모양내어 묶어 매달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장맛이 무르익어 갑니다.
메주를 매달 때 쓰는 재료는 아직도 짚입니다.
장의 맛을 결정짓는 푸른곰팡이가 잘 번식되게
하고 집안 고유의 장맛도 여기서 결정된다고 하네요.
이젠 대부분의 가정에서 간장, 고추장, 된장을 사 먹지만
살다보면 이런 과정의 손길이 들어 있는 장맛이 본능적으로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메주는 우리 음식의 바탕이 되어주는 발효 식품입니다.
한국 대부분의 먹거리는 메주에서 비롯하니까요.
삶의 근원이 되는 저장 음식, 먹거리 중의 먹거리가 바로 메주입니다.
메주를 만드는 과정이나 요리 과정이나 먹는 과정이나
모두 치유적 기운이 듬뿍 담겨서 그럴지도요.
그런 메주로 만든 치유적 된장찌개 한 뚝배기 하실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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