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더니 잠시 생각한 끝에 “다섯 살 때 집 앞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혼자 걸을 때”라고 말하더군요. 지난 일을 말하면서도 아이는 그때의 패닉한 느낌을 재차 경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아이에겐 그저 길이 있는 곳을 향해서 앞으로 걷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겠지요. 가기는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마음에도 막연하게나마 알면서 걷는 걸음은, 불안과 공포와 그리움의 혼합 덩어리였을 겁니다. 어두운 밤길을 가던 도중에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에게 “방금 전에 당신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빨리 쫓아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해주는 풍습을 가진 시골 마을.. 더보기 이전 1 ··· 1107 1108 1109 1110 1111 1112 1113 ··· 1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