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의미의 곡우(穀雨).
올해는 4월 20일이 곡우입니다.
봄비가 많이 내려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이때쯤 볍씨를 담급니다. 그래서 곡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고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라서
예전에는 곡우를 즈음해 깊은 산속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속이 있었답니다.
특별히 곡우 무렵에 딴 찻잎으로 만든 녹차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상급 녹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우전차(雨前茶)는,
곡우를 앞두고 딴 녹차의 새순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동의 땀내음과 다향(茶香)의 그윽함이 공존하는 절기, 곡우입니다.
쌉싸래한 녹차가 우리 몸에 좋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서
바람과 안개 섞인 촉촉한 공기를 맞으며
부드러운 찻잎이 자라납니다. 그런데
녹차는 잘 자라는 것도 까다롭지만 잎을 따서
좋은 차로 만들어내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본래 수제 차는 맑은 날 오전에 딴 찻잎을
무쇠 솥에 약하게 불을 지펴 타지 않게 저으면서
찻잎의 숨을 죽여 식기 전에 비벼 털어내고...
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완성하는
세심하고 은.근.한. 과정입니다.
지금은 이런 제다(製茶)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기계가
불 앞에 앉은 아낙의 수고를 줄이고 균질한 맛을 유지하지만,
잎을 덜어 우려낸 차를 마실 때는
원형 그대로 살아나는 찻잎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곡우 전에 딴 녹차의 어린잎으로 만든 ‘우전차’는
부드러운 맛과 향이 절정이라고 합니다.
풀밭에 누워 조용한 바람을 느끼는 것처럼요.^^
'24절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세한 모성이 가득한 절기, <소만>입니다. (1) | 2013.05.21 |
---|---|
계절의 미각이 살아나는 절기, <입하>입니다. (0) | 2013.05.05 |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절기, <청명>입니다. (2) | 2013.04.05 |
봄을 구별하는 절기, <춘분>입니다. (0) | 2013.03.20 |
'호흡이 느껴지는 절기' <경칩>입니다. (0) | 201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