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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진짜 나와 만나는 황홀함





평생 자신의 불완전성에 집중했으면서도 자신의 작품 수준에 대한 자부심은 잃지 않았다는

균형잡힌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조각 작품 한 점을 밤새워 완성하고

집 밖으로 나오다가 심하게 좌절했답니다. 


그를 무릎 꿇게 한 것은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었다지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의 그 황홀한 창작물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는 겁니다. 매일처럼 보아 오던 햇빛과 바람과 나뭇잎이었음에도요. 

그후부턴 부끄러워서 자신의 작품에 사인을 못했다는 민간설화 같은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살다 보면 어제와 다름없던 오늘의 풍경 속에서 문득,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진짜 자기와 만나는 경험이 선사하는 벼락같은 황홀함은 비할 바가 없습니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명료하게 의식하면서도 자기 존재의 긍정성을 홀대하지 않고 토닥일 수 있다면

그 또한 능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내가 두 개라면 이럴 때 하나의 내가 다른 하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을 것 같다’는 소설의 한 구절이

꽂히듯 마음에 와 닿습니다. 



혜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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