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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모진 사랑



어느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유난히 비판적인 언론사의 편집국장을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답니다. 

편집국장의 대답은 ‘모진 사랑 정도로 이해해 달라’ 였다네요. 

뒤이은 대통령의 질문은 재치와 뼈가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모진 건 알겠는데 그럼 사랑은 어디 있나?”


권력과 언론의 관계라는 정치적 특수성을 논외로 하고 말한다면, 

일상의 영역에서 이런 부류의 모진 사랑이 불필요하게 많습니다.

한 초등학생은 백 점을 맞았는데도

아빠에게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혼이 났답니다.

백 점은 맞았지만,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글씨를 똑바로 쓰지 않는 나쁜 버릇이 생길까 봐요. 

한 기업의 임원은 승진과 관련해 부인으로부터

한 번도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답니다.

부인의 고백에 의하면 남편이 자만해서 방향을 잃을까 그랬다네요. 

어리석은 걱정입니다. 


애정어린 비판은 말하는 이가 비판이 아니라 애정 쪽에 

온 체중을 실어야 비로소 비판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눈매로 상대가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조목조목 따져야 제대로 된 비판이나 조언자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합니다.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관계를 맺을 때 모질기만 한 건지,

앞뒤 가림 없는 사랑만 승(勝)한 건지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충고나 비판을 들었을 때

흔쾌히 수용했던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또 왜 그랬는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혜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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